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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소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림을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적 소비와 허영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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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ATCHI GALLERY IN LONDON

 

 

찰스 사치, 예술 후원의 또 다른 이름

1970년 영국에서 두 형제, 찰스와 모리스 사치가 만든 광고대행사 Saatchi & Saatchi(사치앤사치)는 단지 광고업의 성공만으로 기억되기엔 아쉬운 이름입니다. 그 중 형 찰스 사치는 자신의 이름을 딴 Saatchi Gallery(사치 갤러리)를 런던에 개관하며, 영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바꿨다고 평가받습니다. 찰스 사치는 ‘영국 미술계의 킹메이커’로도 불리는데,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트레이시 에민(Tracey Emin) 같은 작가들을 발굴하고 수집해 YBA(Young British Artists)라는 현대미술 사조를 만든 중심 인물이기도 하죠. 이 갤러리는 더 이상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예술작품을 사고파는 거대한 '의미의 장터'가 되었습니다.

 

 

 

 

Saatchi & Saatchi Gallery(사치 갤러리)

 

 

 

 

스타트 아트 페어와 K-아티스트들의 등장

2021년 10월, 런던 사치 갤러리에서 열린 START Art Fair(스타트 아트 페어)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얼굴들로 더욱 주목을 받았습니다. 워너 송민호, 강승윤, 그리고 헨리가 참여한 이 전시는 PCA(Parallel Contemporary Art)라는 비영리 기관이 주최한 행사입니다. 이 기관은 현대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소위 ‘슈퍼 컬렉터’ 부부 데이비드와 세레넬라 시클리티라의 프로젝트입니다. 아이돌이자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이들은 단순한 유명인의 작품 전시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관을 가진 창작자로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관람객들은 이제 더 이상 "연예인이 그린 그림"이 아닌, 작가 송민호, 강승윤, 헨의 관점을 사는 것입니다.

 

 

 

 

송민호 작품

 

 

 

 

 

미술품은 왜 사고, 왜 모으는가?

많은 이들이 미술품 구매를 여전히 부유층의 사치나 인테리어 소품으로만 여깁니다. 하지만 이는 미술 소비의 겉모습일 뿐, 그 이면에는 훨씬 더 복합적인 이유들이 숨어 있습니다. 미국의 잡지 [에스콰이어]는 1970년대 컬렉터들이 작품을 사는 이유를 세 가지로 정리했습니다. 이 정의는 지금까지도 현대 미술계에서 널리 회자됩니다.

 

  1. 미술에 대한 사랑
  2. 투자수익에 대한 기대
  3. 사회적 명망과 존경

요약하자면, 감성과 경제성, 그리고 사회적 상징성입니다. 미술품 하나로 자산가가 되고, '취향 있는 사람'으로 인정받는 시대이기도 하니까요.

 

 

 

<소더비(Sotheby) 경매 현장>

 

 

 

그러나, 진짜 컬렉터는 작가의 관점을 산다

정작 그림을 ‘진짜로’ 사는 사람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누가 그렸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그 작가의 삶과 세계관, 태도, 철학에 깊은 공감을 느낀 뒤에 지갑을 엽니다. 결국, 그들이 사는 것은 ‘작품’이 아니라 ‘작가의 관점’입니다. 그리고 이 ‘관점’이라는 무형의 가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강력한 존재감을 가집니다. 디지털 자산, NFT, 브랜드 철학과도 닮아 있는 이 개념은 예술 소비가 지적 소비(Intellectual Consumption)라는 사실을 잘 보여줍니다.

 

미술 소비는 지적 소비다

우리는 패션에서 디자이너의 태도를 사고, 테크 제품에서 창업자의 철학을 소비합니다. 그런 면에서 예술 컬렉팅 역시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단순히 벽을 장식하는 ‘그림’이 아닌, ‘사고의 방식’과 ‘감성의 결’을 나와 함께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왜 미술품을 사는가?

 

미술은 우리에게 무언가를 '보여주는' 예술이 아니라,
우리가 '바라보는 방식'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그리고 어떤 이는 그 방식에 돈을 씁니다.

그게 바로 미술 컬렉팅의 본질 아닐까요?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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